만나본 작가, 이혜승 작가 <눈 감고 간다> /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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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비 오는 일요일, 지난 9월에 개관한 오에이오에이(OAOA) 갤러리를 찾았어요. 오에이오에이 갤러리는 일상 속 우리 주변의 아트를 보여주고자 시작된 갤러리라고 해요. 오랜 시간을 들여 갤러리 공간을 연 이곳에서는 개관전인 이혜승 작가의 <눈 감고 간다>가 열리고 있었어요. 10월의 세 번째 라켓 레터는 작가를 만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6년 만에 개인전을 열게 된 작가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것이었어요. ‘오랜 시간 눈에 띄는 경과는 없었지만 나는 쉼없이 가고 있었다.’ 우리가 보내는 시간 중에 의미없는 순간은 없고, 지금 이 순간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 시간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겠죠. 작가가 그려낸 낮과 밤의 시간 앞에 잠시 서서 가지는 사유의 시간도 아마 씨앗이 되어 무엇인가로 남을 거예요.
편집/이미지 '마니'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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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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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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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전시 제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윤동주의 시인의 ‘눈 감고 간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점에 이끌린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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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눈 감고 간다’를 전시 타이틀로 정한 데에는 시의 내용과 제 작업이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거의 6년만에 개인전을 열게 되었어요. 그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죠. 긴 시간 동안 아이도 키우고 계속 작업도 하며 살아갔어요. 개인전을 열지는 않았지만 작가로서의 삶을 놓은 적이 없고 결과로서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서 작가로서 살고 있지 않았던 것 역시 아니예요. 그런 점이 ‘눈 감고 간다’에 담긴 정서에 마음이 닿았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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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풍경’이죠. 유독 바다와 달, 해가 있는 풍경에 마음이 가는 이유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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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끌려요. 매일 보는 창문이어도 유독 어떤 ‘때’에 본 창문 너머의 모습에 마음이 가요. 발명하기 보다는 발견하는 느낌이랄까요. 사람은 들어간 풍경 보다는 풍경 그 자체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인간이라는 존재에는 담겨있는 스토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상황이나 입장에 신경이 쓰여요. 하지만 풍경은 자유롭게 제가 느낀 그대로 표현할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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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리고 그 풍경이 창문 같은 어떤 프레임 너머에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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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안에 있다면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저는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고 생각해요. 그 프레임을 넘어 가면 뭐가 나올까? 내가 사는 이 도시를 넘어 가면 어떤 도시가 나올까? 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호기심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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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시가 오에이오에이 갤러리의 지하 전시장으로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가는 길목에 통로에서 보이는 풍경도 있고요. 작가님의 작품에서 통로 역시 자주 등장하는 장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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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가려면 통로를 꼭 거쳐야만 해요.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에서도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통로를 지나야 하죠. 통로나 터널, 산길이다 바닷길, 그런 공간을 보면 궁금해지고 그곳을 따라 걷다 보면 무언가를 발견해요. 이번 전시는 작품을 보는 순서를 갤러리와 여러 번 의논한 끝에 정했어요. 혼자 하려다 보면 구성에 어려움이 있는데 함께 했기에 수월했죠. 전시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예요. 안과 밖의 충돌로 시작해 통로를 지나 밤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두 개의 문이 보여요. 그리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낮의 시간이 시작되죠. 낮의 시간을 충분히 드러내며 ‘오랜 시간 눈에 보이는 경과는 없었지만 나는 쉼없이 가고 있었다’를 드러내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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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을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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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마음이 더 가거나 혹은 마음이 덜 가는 작품은 없어요. 낱알이 나올 때까지 정성들여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은 있어요. 창밖으로 바다 풍경이 보이는 그림인데, 원래는 바다를 넣으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완성하지 못한 채 두었다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빛과 푸르름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왜 그런 순간 있잖아요. 가끔 산소를 깊이 들이마시는 순간이 필요한 때. 그렇게 창밖 너머의 바다 풍경이 담기게 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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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on canvas, 162.2x130.3cm, 2022, 사진 출처 -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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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순간을 마주할 때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지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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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설명할 순 없어요. 다만, 그런 순간이 눈에 보일 때가 있어요. 자주 보던 장면인데 어느 날은 다른 형태가 눈에 들어올 때도 있어요. 그걸 보면서 어떤 감정이나 장소를 떠올리곤 하죠. 그림을 해석하는 방법에는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중요한 작업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생각해 봐야 하는 그림이 있어요. 제 그림은 후자에 속해요. 그림으로 표현한 풍경을 보고 각각의 개인이 자신만의 어느 순간, 어느 공간을 떠올렸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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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각각의 그림의 크기가 제각각인 점도 재미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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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그림을 보고 전시를 찾으신 분 중에는 ‘이 그림은 굉장히 큰 줄 알았는데 작네요.’ 라던가 혹은 반대로 얘기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런 점이 재미있었어요. 예전에는 화폭이 큰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어느 순간 우리에게 풍경이 늘 광활하고 압도적인 순간만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서 해와 달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케일이 작아지기도 했어요. 풍경 안에 푹 빠져들기 보다는 멀리 있는 해와 달을 가깝게 들여다 보면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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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을 통해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이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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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람들이 그림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볼 수 있고, 보다 보면 무엇이든지 느낄 수 있고, 느끼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그런 그림이 되었으면해요. 세상은 넓지만 사실 좁기도 해요. 그림은 결국 시각의 영역이고 각자의 느낌대로 예술적인 감수성이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 되길 기대해요. 제가 그리는 그림은 무언가를 외치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숨 쉬듯이, 마치 꽃향기를 맡듯이, 그렇게 풍경을 보는 듯한 예술이길 바라요. 우리는 팬데믹을 지나며 힘든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 힘들었던 시간에 평화로운 그림들이 평화로운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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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남긴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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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달이 떴어요!” 달 그림을 보고 한 아이의 말이 참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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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엇이 나를 계속 화가로서 살게 하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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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바람과 운명이 절 계속 화가로 살게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해요. 재료비가 필요할 때는 딱 그만큼의 그림을 팔았고, 작업실이 필요할 때도 그랬어요.(웃음) 전 여전히 그림으로 남겨보고 싶은 궁금한 것들이 많고 그림 그리는 순간을 좋아해요. 물감을 개어서 바르고 있으면 새로운 생각들이 계속 이어져요. 요리사처럼 뭘 더 섞어 보고 싶고, 그렇게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도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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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http://www.oaoagallery.com)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63길 32-11 ⚫ 기간 : 2022년 10월 26일까지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6시(월, 화, 공휴일 휴관) ⚪ 문의 : 02-6207-3211 @oaoa_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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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가능 기간 : 10.19~ 10.25 / 당첨자 발표 : 개별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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