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트리니티 갤러리 <Flâneur Meets Lust>
만나본 작가, 김홍식 더 트리니티 갤러리 <Flâneur Meets Lust>
|
|
|
라켓레터 구독자 여러분, 1월의 마지막 뉴스레터입니다. 여러분은 루브르 박물관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다빈치의 모나리자, 말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보물 같은 작품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있고, 이 작품들을 보려면 짧게는 수십분, 길게는 수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려 박물관에 들어가야 하죠. 관람객이 너무 많아 모나리자 앞에서는 또 다시 줄을 서야 해요. 김홍식 작가는 바로 이 관람객들을 자신의 작품 안에 담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군중, 그 군중을 바라보는 작가. 우리가 늘 봐왔던 미술관의 풍경이지만 프레임에 담긴 미술관의 풍경은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편집/이미지 '마니'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
|
|
Q1. 지금의 작업 방식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작품보다도 몰려든 군중에 압도당한 경험’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이 아닌, 그 작품을 보는 군중에 주목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
|
|
처음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서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루브르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던 순간 에스컬레이터를 가득 메우고 휩쓸어 내려가는 사람들의 파도같은 모습이 압권이었어요. 루브르 미술관의 스펙터클한 모습을 그 안의 군중이 이미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미술관의 스펙터클한 모습에 휩쓸리는 군중이 아니라 군중이 바로 스펙터클 자체였어요. ‘Imprint’ 바로 그 순간이 뇌리에 각인된 듯합니다.
루브르에는 하루 평균 3만 명의 관람객들이 오지만 그들이 보는 작품들은 니케, 밀로 섬의 비너스, 모나리자 등으로 한정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우선 모나리자를 보러 갑니다. 아마도 신비한 미소가 주는 놀라움, 르네상스 시기에 시작된 스푸마토 기법에 대한 감탄 등을 기대하면서요. 그 날 루브르의 군중이 주던 의문이 제 미술관시리즈의 시작이었습니다. |
|
|
Q2. 작가님의 작품은 박물관에서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보통 어떤 순간을 사진으로 담게 되나요? |
|
|
사진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평면 및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로 도시에 밀집해 살고 있는 현대인의 일상의 삶 등을 작가의 시선을 통해 투영해 냅니다. 그러다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포착한 순간들을 기록했습니다. 박물관이라는 문화·역사 집약적인 공간 안에서 작품으로 향하는 군중들의 태도에 주목합니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배경으로 명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전지적 작가의 시선, 그리고 이를 또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시선까지. 무한히 이어지고 중첩되는 시선들. 사람들은 유명한 그림을 보려고, 정확히는 카메라와 핸드폰에 담습니다. 작품을 향유하는 것과는 멀어 보입니다. 심지어 그 앞에서 그림이 아니라 정보를 보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리고 가상 공간에 뿌릴 준비를 합니다.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심지어는 작품이 아니라 인물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좋은 각도에서 몇 장이라도 찍는 관람객을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입니다. |
|
|
Q3. ‘플라뇌르_도시산책차’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도시를 산책한다는 것과 자연을 산책한다는 것은 산책하며 즐기는 시간이 전혀 다를 것 같습니다. |
|
|
플라뇌르, 도시 산책자는 한가롭게 거리를 거니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이삭을 주으며 순례의 길을 가는 순례자에서 온 명칭으로, 이를 19세기 보들레르가 당시 파리의 도시산책자로 지칭했고, 20세기 중엽 벤야민이 현대적 해석의 근간으로 삼았습니다. 급변하는 도시적 현상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도시 공간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터전이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되었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과 분리된 채 변화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는 관람자가 되어감을 경계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도시산책자는 군중과 구별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떼지어 움직이는 군중 역시 도시의 요소죠. 저는 도시산책자입니다. 군중이라는 베일 너머로 본질을 바라보는 자, 군중이라는 베일을 관통하며 바라보는 눈을 가진 자이며, 벤야민의 말처럼 수집된 역사의 진실성에 관한 상황에 의문을 품는자이며 도시라는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비판하는 산책자이자, 또한 시지각의 실험자이기 때문입니다. |
|
|
Q4. 현재 진행 중인 더트리니티 갤러리의 작가님 개인전의 작품들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
|
|
이번 전시는 루브르를 가득 채웠던 인파들을 보며 ‘저건 과연 무엇일까?’라고 가졌던 질문에 더한 새로운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MZ로 대변되는 젊은 관람객들은 어느 세대에도 못지않은 문화적으로 더 강력한 욕구를 표출하는 듯해요. 특히 그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고통과 단절을 겪으며, 자신의 내면에 더 집중하게 되었지요. 이전 세대와는 다른 그 너머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 새로운 해석을 하는 세대입니다. 그러면서도 혹은 더 강력히 군중의 습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느끼고, 거리낌 없이 표출합니다. 더 강력한 전파력으로 작품을 촬영하고 수집하고 소비하고 실어 나르는 세대. 그들 역시 새로운 사냥꾼들이 아닐까요? 의문은 그들이 환호하는 현대미술 아티스트 작품들, 부유하는 인간의 표상, 골드의 의미를 잇는 새롭게 등장한 블루 컬러 등의 작업으로 연결됩니다.
처음은 ‘코로나 블루’에서 시작한 우울한, 푸른 멍의 블루였습니다. 그러다 블루가 이전엔 그보다 더 귀한 색이었음을 문뜩 깨달았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의 옷에서 하늘의 고귀함, 퐁피두에서 처연히 빛난 이브클랭의 블루, 또한 인류의 클래식을 자기만의 것으로 아주 영리하게 해석하는 작가들인 론디고네, 아샴에 이르기까지 금빛에서 블루로 새로운 귀함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또 다른 시선, 의미의 발견입니다. |
|
|
Q5.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사진 필름을 금속판에 얹고 부식 작업을 통해 이미지의 질감을 표현합니다. 일종의 화학 과정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환경이라는 변수도 작품에 영향을 미치나요? |
|
|
코로나 19라는 충격적 경고가 있기 얼마전 미술계 몇몇 젊은 작가, 교육자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지구를 사랑하는 미술인 모임이었는데 평소 결이 맞아 같이 뜻을 하는 분들이 모였음에도 저는 망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쓰는 기본 재료가 가공된 철인 스테인리스이고 이를 감광하고 부식하는 과정, 실크스크린 잉크를 희석하거나 닦아내는 과정에서 화공약품이 있기 때문이었죠. 그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 후 내린 결론은 ‘내 작품의 정체성을 접을 수 없으니 그런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한다.’였습니다. 좀더 알아보니 다행히 공장들 역시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관련기관의 감독을 받으며 처리시설을 의무화해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었어요. 또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
|
Q6.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으신 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
|
이전에 박물관, 미술관이란 공간은 내게 매혹의 공간이었습니다. 더 없는 즐거움이었고 기쁨이었어요. 그 공간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어린 시절 덕수궁 안의 엄마 모습이었습니다. 조그만 흑백 사진 속 엄마의 모습이 내 마음에 있습니다. 그렇게 내게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내가 꿈꾸는 행복해하는, 그 공간이 함유하고 있는 기억의 장소입니다. 그곳에 매혹당했던 그 첫 순간들, 한 장소에 대해 꿈꿀 수 있는 무엇...그 공간과 같이 경험한 기억은 외적, 내적 경험의 흔적입니다. 미술관 작업은 어쩌면 기억의 공간을 짓는 것이자 재구성하는 것 같아요. 나의 내적 공간이 되는 것이죠. 관람객은 제 내적 공간이 구현된 작품과 그 작품이 걸려진 이 공간에서 사유하며 거니는 산책입니다. 작품에 눈길을 주고 읽고자 하였을 때 의미를 갖습니다. 이렇게 관람객 여러분이 제 작품의 완성입니다. |
|
|
Q7. 무엇이 작가님을 계속 예술가로서 나아가게 하는 걸까요? |
|
|
작가로 살아온 세월만큼 그때마다 원동력이 되는 것이 달랐을 수 있었겠죠. 완전하게 풍덩 뛰어들지 않는 회색, 우유부단함, 소심함, 끊임없는 고민과 호기심, 열정, 성실함,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 채워지않는 목마름 등 제가 가진 것들이 정반합으로 작동하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도시산책자라 자칭한 것도 이런 부분과 일맥 상통하도 있는 것 같습니다. |
|
|
Q8. 지칠 때면 무엇으로부터 힘을 얻으시나요? |
|
|
여행을 갑니다. 여행을 가기 전후의 시간까지도 힐링이며 활력소가 돼요. 이번 여름에는 2년 여만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팬데믹 중 두 어른을 보낸 후 상실감과 남모를 후유증을 겪던 제게 큰 위로였어요. 주위의 좋은 사람들도. 그리고 코로나 기간에 시작한 달리기가 또 다른 충전재 인듯합니다. |
|
|
⚫ 장소 : 더 트리니티 갤러리 ⚫ 주소 : 서울 용산구 장문로 36 더 트리니티 갤러리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일요일 휴관) ⚫ 기간 : ~ 2023년 2월 11일 ⚪ 문의 : 02-6953-9879
|
|
|
응모 기간 : 1.25~ 1.31 / 발표 : 신청 시 등록한 정보로 개별 안내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