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관점을 차곡차곡 담아 건넵니다, 라켓레터
다녀온 전시, 네번째
당신은 나의 집 (최정화, 운경고택) ~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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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당신에게 집과 같은 대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의 머뭇거리 는 발걸음을 채근하지 않고 두 팔을 활짝 열어 맞아주는, 어려운 와이파이 암호나 대문의 비밀번호를 따져 묻지 않아도 괜찮은,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그래도 가끔은 벗어나고 싶은, 그렇게 나만의 영역으로서 확보하고 싶은 다양한 경우들이 있는데요. 사실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 외에도 누군가의 삶에 자주 드나들다 보면 여기가 나의 집이구나 하고 깨닫는, 어쩌면 당신도 누군가의 집이 되는 시적인 순간도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전시 <당신은 나의 집> 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익숙한 ‘집’에 관한 소설과 함께 합니다. 운경 이재형 30주기 기념전의 일환으로 활짝 열린 고택의 대문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일상적 눈부심’ 을 라켓과 함께 둘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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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1) 대문과 앞마당 :
시대를 관통하는 고택의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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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운경고택 입구, 퍼니 게임 (1998), 소설 ‘춘야’ ©최정화,운경고택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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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근처 사직단 언덕을 오르며 마주하는 단정한 고택의 대문이 있습니다.
방문 예약을 하고 찾아온 몇몇 방문객들이 대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면 전시장에 잘 찾아온 것이 맞습니다. 약간은 낯선 기분을 안고 넘어간 문턱 뒤에는 거대한 경찰 두 명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마치 교통사고 같은 이 난데없는 광경은 무엇인가 하고 보니, 어느덧 미술작가 최정화가 초대한 이야기 안에 발을 들인 것이 맞더군요. 집이 미술관이 되는 순간, 리셉션에서 인사말과 함께 간단히 운경고택의 역사에 대한 안내를 듣고 책자 ‘춘야’를 받아 들어 한가한 걸음으로 자유롭게 탐방을 시작합니다. 이 책은 전시설명 책자라기보다는 어떤 소설이고, 세로 쓰기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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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 (좌,우) 운경고택 전경, (가운데) 세한도, Winter Scene (2018) ©최정화, 운경고택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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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그늘 사이로 마당을 한번 쓱 둘러보니 고택 안에서 보물 찾기를 하듯 사랑채부터 중정까지 곳곳에 자리 잡은 낯설지만 익숙한 오브제들이 서 있습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냥 스쳐갈 정도로 일상적인 물건의 반복을 통해 이 집에 스며든 미술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광경입니다. 참고로 라켓 에디터는 고택의 왼쪽부터 집 안을 산책하 듯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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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2) 사랑채 :
미술 작가 최정화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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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랑채 안으로 신을 벗고 들어가 보니 고고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보입니다. 원래부터 이 집에 있던 이야기 들이 마침내 형상을 갖게 된 걸까요?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이끌어 냅니다. 전 세계의 유명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최정화는 어떤 이야기와 함께 우리를 오래된 집으로 조용히 초대를 하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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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좌)블루밍 매트릭스, 청동탑 (2019), (가운데)달마와 비너스 (2019), (우)왕좌의 게임 (2022) ©최정화,운경고택 / LARKET 촬 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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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작가 최정화 (1961년생, 남성)는 스스로를 ‘하찮은 것을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연금술사’라고 부릅니다. 그는 미술은 물론, 공예, 영화, 공연, 건축까지 표현의 지표를 넓혀온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데요. 반짝이는 재료를 사용할 때의 그는 한국의 ‘제프 쿤스’ 같기도, 또 다른 작업에서는 ‘클래스 올덴버그’ 또는 ‘오토 니엘’ 같기도 합니다. 일차원적 예시를 든 것일 뿐이지만, 사실 최정화는 그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표현 방식을 가진 독립적인 작가라는 것을 다음의 작품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층층이 쌓아 올린 평범한 플라스틱 바구니들이 선사하는 비범한 실루엣은 최정화만의 조형적 특징을 잘 나타냅니다. 그가 만드는 설치는 반복과 중첩을 통해 신비한 건축적 풍광을 선사하며 그 안에서 보이는 작가의 만들기 방식이 어린 시절의 원초적인 ‘쌓기’ 놀이에서 기인한 듯하여 더욱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마당으로 다시 나가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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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나의 아름다운 21세기, 성형의 봄 (2022) ©최정화,운경고택 / LARKET 촬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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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최정화,운경고택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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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햇빛이 조금 따가운 날이었는데요.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람 부는 서까래 밑 그늘 아래 걸터앉아 초입에서 받아 든 책 <춘야>를 펼쳐 봅니다. 이 소설은 조금 이상하기도 따뜻하기도 합니다. 현실과 어딘가의 사이 를 왕래하는 글을 읽다 보면 집 생각, 밥 생각, 엄마 아빠 생각, 심지어 지나간 사랑에 대한 생각까지 스쳐갑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책장을 넘기다 하늘 잠깐 보고, 중정 연못 안 잉어들의 헤엄치는 소리를 들으며 쉬어갈 수 있는 이 공간이 전시장 이라니, 마치 나만의 공간이 된 듯합니다. 공적인 장소의 프라이빗한 느낌이 좋아 내친김에 뒷마당과 정원, 장독대와 우물 방향으로 걸어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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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3) 뒷마당과 정원 그리고 장독대와 우물 :
이야기를 통해 다시 살아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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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비단길, Silk Road (2020) ©최정화,운경고택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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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에 세워진 나무 수레 위에 고고하게 쌓아 올려진 기둥은 이 집안의 여느 물건보다 스스로 빛나고 있습니다. 소설 <춘야>에서 작가는 샴페인을 홀짝이며 말합니다. “그런데 우마차에 실린 것이 장관이었다. 이오니아식과 코린트식이 조합된 신전 기둥이 번쩍거리며 실려 있었다. 신전 기둥은 수직으로 뻗어나가 사막이라는 그리드를 만들었다. …(중략)… 행복은 계속해서 쌓아 올려야 할 무엇이 되고 말았고, 우리는 중간에 행복하기를 멈출 수도 없게 된 것이오.“라고. 그렇게 행복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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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홀로바이언트 (2021) ©최정화,운경고택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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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반대편 장독대와 우물 근처에서 어떤 낌새가 느껴져서 보니, 싱싱하게 ‘살아난 것들’ 이 눈에 들어옵니다. 장독 대 안에 묻혀 있어야 할 배추가 환생한 걸까요. 이상하고 귀여운 광경을 보며 문득 에디터는 스스로의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과 채소에 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에 아버지께서 손수 볶음밥을 만들어 대접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주말 루틴이었고 그가 갖은 야채를 썰때 옆에서 어린 에디터는 ‘야채들은 누워있으니까 죽어있고 나무들은 서있으니 살아있는 것’이라고 조잘대곤 했습니다. 분명 최정화 작가도 채소를 통해 들여다본 ‘생명’에 관하여 말하고자 싱싱한 배추 가족을 소환했나 봅니다. 참고로 이 집의 곳곳에는 배추 이외에도 우리들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한, 가족에 대한 생각을 겨냥하는 방아쇠 같은 장치들이 있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천천히 산책을 이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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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포인트 4) 대청 :
p.80 "떠나보니 어떻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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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전시 전경> (좌) Infinity (2020) / (가운데) 거대한 밥상, 꽃의 향연 (2022) / (우) Love, Love (2020) ©최정화,운경고택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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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그렇게 어느덧 전시와 이야기의 80페이지쯤에 와 있었습니다. 대청마루와 안채에는 ‘나, 너, 엄마, 밥’과 같은 우리를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문자들이 네온사인으로 뿌옇게 새겨져 있더군요. 심지어 하트까지도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모자라고 어수룩해 보이는 일상의 기물들”을 통해 마치 오랜 시간 떠나 있다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이곳이 누군가의 품 같아서 기분이 참 이상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가장 간소한 것들이라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 든 걸까요, 몇몇 관객들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유독 오래 머물러 있던 모습들이 선명합니다. 아름다운 운경 고택과 마치 이곳에서 태어난 것만 같은 작품들까지, 당신도 부디 최정화가 건네는 세상 모든 사물과 집에 관한 사건을 그곳에서 직접 만나고 오길 바라며 긴 글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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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운경고택: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7, 사직동 1-57
⚫ 관람 정보 : 9:30 11:30 12:30 14:00 15:30 (각 80분 관람)
* 야간개장: 5.31(화) 17:00 / 18:30
⚫ 관람료 : 33,000원 (관람객 모두 중편소설 <춘 야> 및 소정의 기념품 증정)
* 도슨트: 매주 금요일, 토요일 11:00
⚫ 기간 : 2022.6.17(금) 까지, 월요일 휴관
⚪ 문의 : 네이버 사전예약 (운경고택 검색) * 문의: 02-737-17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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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경고택 - 당신은 나의 집 전시가 보고 싶다면, 도전해보세요. 라켓레터는 매 호차 구독자 분들 중 추첨을 통해 무료 전시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응모 가능기간 : 6.1 ~ 6.5 / 당첨자 발표 : 개별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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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경고택이 담은 최정화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흘렀으면 합니다. 전시 장소인 한옥의 매력과 나무가 선사하는 한가함을 좀 더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죠. 그럴 땐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 ‘나무사이로’에 방문하여 맑고 향긋한 ‘현대인의 밥’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담백한 치즈케이크를 현대적인 한옥에서 정취를 음미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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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나무사이로 - 서울 종로구 사직로 8길 21
⚫ 운영시간 : 매일 11:00 - 20:00 (공휴일 운영시간 확인 필요)
⚫ 향미가 좋은 다양한 콜드브루 커피와 (5~6천원 대) 일반 에스프레소, 별미 감귤 주스, 레몬케이크, 티라미수 등이 있습니다.
⚪ 문의 : 070-7590-08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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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치면 못봐요 ; 무료 전시 라스트 콜 (~ 6.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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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아이오실존 Yulia Iosilzon- Nocturnal > / 파운드리 서울
방금 물에서 막 건져 올려 말갛게 헹궈낸 나른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다름아닌 율리아 아이오실존이 그려낸 연약하고도 환상적인 회화입니다. 귀여운 형태의 벌, 딸기, 개구리, 버섯, 덩굴과 같은 크고 작은 동식물의 모티브가 담긴 투명한 천의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이야기를 들락거리는 기분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런던 기반의 작가 아이오실존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미지들은 신비로운 문을 통해 갤러리 공간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진지한 관찰을 끌어냅니다. 6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환하게 빛나는 밤의 이미지를 만나 현실의 피로를 회복하는 순간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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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파운드리서울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33 (구찌 건물)
⚫ 전시기간 : 2022. 6.5 까지
🔵 무료전시 : 관람시간: 화-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 네이버예약 후 방문을 추천. * 문의: 02-595-0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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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차의 토너먼트 주제는 '운경고택 - 당신의 나의집'입니다. 토너먼트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도전하기 버튼을 눌러 신청하세요! 추첨을 통해 총 3분께 운경고택 - 당신은 나의 집 티켓(1인 1매)을 보내 드립니다.
신청 가능 기간 : 6.1 ~ 6.5 / 발표 : 신청 시 등록한 정보로 개별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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