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수한 염원의 형태 / 장 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
다녀온 전시,
가장 순수한 염원의 형태 / 장 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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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이번 주에는 어떤 것이 이루어지면 좋을까요? 내리는 비에 옷이 젖지 않았으면 하는 사소한 바램부터, 회사에서 일이 적었으면 하는 희망적인 생각, 혹은 주말에 새롭게 개봉한 영화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어쩌면 세계가 조금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까지, 저마다의 크고 작은 마음들이 있죠. 그리고 그 마음들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요?
오늘 이야기할 아티스트는 반짝이는 유리구슬 안에 염원을 가득 담아 정원을 꾸리는 사람 같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가 단단한 바닥을 만나 유려한 물보라를 만들어낸 듯한 저마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특징인데요.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인 이번 <정원과 정원> 전시에서는 미술관 내부와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의 연못까지 자연의 한 가운데에 반짝이는 것들이 걸려 있습니다. 여러 시대의 건축물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정원의 모습을 라켓과 함께 만나보세요.
편집/이미지 '보보'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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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1
전시 공간 밖으로 굴러나온 구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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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정원과 정원>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LARKET 촬영
우 : <정원과 정원> 거울 매듭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LARKET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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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이 멋지게 사용된 서울의 건축물 중 하나인 시립미술관은 어떠한 작업이 설치되더라도 조화롭게 품어낼 수 있는 유연한 시대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은색 구슬들이 제 발로 걸어 나온 걸까요, 버선발로 우리를 맞아주듯 여러 개의 은색 유리 구슬 조각들이 건물의 입구에서 꼿꼿하고 또 자유로운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마치 건물의 수문장처럼 서 있는 두 가지 형태의 은구슬 조각을 자세히 보니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거울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담아 반짝이는 표면을 들여다보면 나의 모습도 둥글게 보이는 점 또한 재미있습니다. 참고로 에디터가 방문한 날에는 전시의 후원처 중 하나인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Beauty)의 오프닝 행사를 위한 준비와 더불어 약간의 분주함과 아름다운 꽃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저녁에 오토니엘과 김연아 씨와 차은우 씨가 다녀갔다는 아름다운 소식이.) 전시장 내부에는 또 어떤 것들이 반짝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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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2
루브르의 장미 그리고 자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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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정원과 정원> 루브르의 장미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LARKET 촬영
우 : 자두꽃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LARKET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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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니엘의 작업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매번 다른 장소에서 만날 때마다 상징적으로 빛나는 구슬들의 모습을 캔버스 안팎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에디터는 왠지 새로운 곳에서 그의 작품을 볼 때면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장소의 시간과 공간의 정취를 되찾는 방아쇠와 같은 향수(Eau de perfume)를 맡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꽃과 같은 찰나의 소재들을 다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루브르의 장미를 시각화한 검정 잉크의 페인팅 작업부터 한국적 건축물의 정취를 담아낸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한 어여쁜 자두꽃 페인팅 시리즈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치 꽃가루가 흩어진 듯한 물감을 추적하며 오토니엘이 전달하고자 했다는 덕수궁에 스민 한국적 정서와 생명력, 저항, 끈기, 부활의 메시지를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작가 오토니엘이 덕수궁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적인 혼란과 이 나라의 기쁘고 슬픈 일화들을 직접 알고 있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프랑스인 특유의 생명력 가득한 저항 정신을 바탕으로 주변을 들여다보았다는 점은 꿈틀대는 꽃의 형태에서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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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3
이어 붙일 수 있는 파도 위에서 떠다니는 물보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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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정원>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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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팅 작업을 지나쳐 전시장 모퉁이를 돌면 갑자기 검푸른 물결에 한 발짝 들여다 놓은 듯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거울과도 같은 일련의 푸른 벽돌과 그 위에 떠다니는 무한한 매듭 형태의 유리구슬이 어우러진 광경을 보면 아득한 기분이 밀려옵니다. 장-미셸 오토니엘은 벽돌이라는 모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을 건축적 규모로 확장하고자 했던 열망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는 〈푸른 강〉은 오토니엘이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 가장 거대한 크기로, 길이 26미터, 폭 7미터에 이르는 넓은 면적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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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정원> 매듭, 푸른강, 거울매듭 디테일 일부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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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니엘이 달성한 열망의 푸른 벽돌 위에 떠다니는 구슬은 마치 누군가 영원을 바라며 하나씩 꿰어낸 매듭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꼬여있는 색색의 유리구슬 안에는 인간이 불어넣은 숨과 뜨거운 열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미세한 흠집들이 어우러져 있고 그것들은 계속하여 관람하는 우리들을 비춥니다.
오토니엘은 이성과 직관의 접점을 찾기 위해 수학자 오빈 아로요(Aubin Arroyo)와 함께 2015년부터 지금까지 8년에 걸친 공동 리서치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탐구해온 와일드 놋 (Wild Knot)은 매듭의 엇갈림이 무한히 반복되는 형태를 말하는데 비록 물리적으로는 구현될 수 없지만, 반짝이는 구슬 표면과 무한히 상호 반사되는 이미지를 통해 개념을 전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교와 수학 그리고 예술적 접점을 이끌어내는 ‘상호작용’과 ‘무한’에 관해 생각하게 하며 삶과 죽음, 치유와 상처와 같이 대립하는 것들이 사실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넌지시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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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4
다양한 재료의 벽돌 : 프레셔스 스톤 월, 오라클 그리고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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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정원과 정원> 프레셔스 스톤 월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LARKET 촬영
우 : 오라클 디테일 일부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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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의 진가를 더욱 진솔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광경이 있습니다. 오토니엘의 <프레셔스 스톤 월>, <오라클> 그리고 <아고라>인데요. 벽돌은 전 세계 수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축요소로, 장-미셸 오토니엘이 처음으로 유리 벽돌을 이용해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9년이라고 합니다. 오토니엘이 이전의 인도 여행에서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짓겠다는 희망에 벽돌을 쌓아 두는 것을 보고 큰 자극과 영감을 받았고 유리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한 피로자바드(Firozabad)의 유리공예가들과 협업을 진행하여 영감을 구체화 하였습니다. 그 벽돌들은 빛에 따라 각기 다른 불꽃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말하려는 것처럼요.
오토니엘이 만들어낸 벽돌 중 보다 공예적인 느낌을 담은 것이 형형색색의 <프레셔스 스톤 월> 그리고 <오라클>이라면, 은빛의 스테인리스스틸로 차분히 쌓아 올려진 돔 형태의 <아고라>에서는 갑옷의 견고함과 살갗의 부드러움이 뒤섞여 과거와 미래, 조각과 건축이 어우러진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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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정원> 아고라 ©Jean-Michel Othoniel / Adage, Paris, 2022 / 서울시립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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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아티스트와 그 곁의 협업자들이 선사하는 일련의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선사하는 감동을 소화 시키기 위해 미술관 밖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문득 고개를 들면 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를 보게 되는데요. 무한하게 이어지는 형태의 유리구슬만큼이나 이 전시의 잔상도 계속될 것만 같다고 말하는 듯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람료 1천 원을 더 내면 덕수궁 연못에 피어오른 황금 연꽃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호젓하게 피어오른 마법 같은 아리연꽃이 선사하는 시공간도 나의 세계를 더 길고 넓게 이어갈 수 있는 경험의 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8월 7일까지 이어지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정원과 정원>에 방문하시면 세상의 모든것을 담아낸 동그란 유리구슬과 벽돌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반복의 경이로운 지점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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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
⚫ 주소 :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8시 (화-금), 오전 10시-오후7시 (토,일,공휴일), 오전 10시-오후 10시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날)
⚫ 기간 : 2022.08.07 까지, 월요일 휴관
⚪ 문의 : 02-2124-88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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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안팎은 물론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기다랗게 이어지는 유리 구슬과 무한함을 담은 작가의 다양한 메시지를 접하고 나면 자연스레 국수가 떠오릅니다. 근처 유림면에 방문하여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50년 전통’의 깔끔한 메밀국수와 다른 면 요리들을 여름의 한가운데서 맛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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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유림면
⚫ 위치 : 서울 중구 서소문로 139-1
⚫ 특징 : 메밀국수, 냄비국수, 비빔국수, 비빔메밀 등을 깔끔하게 맛볼 수 있는 곳. 1만원 내외. 혼밥하기 좋아요.
⚫ 영업 시간 : 화-토 11:00 - 21:00 / 일요일 휴무
⚪ 문의 : 02-755-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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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가능 기간 : 7.6~ 7.14 / 발표 : 신청 시 등록한 정보로 개별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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