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피해가 없기 바라며 ; 함께 얽혀 있다는 것

8월 가고픈 전시 프리뷰 #2

2022. 8. 10.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가고픈 전시, 8월 두번째 프리뷰

함께 얽혀 있다는 것

안녕하세요, 님

뜨거운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체온만큼이나 미지근한 비가 내리고 누군가의 입김만큼 습한 공기로 가득 찬 대기는 마치 실체 없는 더위가 나와 한 몸이 되기로 작정한 듯 달려드는 것 같습니다. 낮에는 끈적하게 뒤를 쫓는 무자비한 무더위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발소리를 숨긴 채 찾아오는 열대야로 모습을 바꿉니다.

변덕스러운 이 여름과 지독히 얽혀있는 나날 속에서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잠, 사랑,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들, 별밤과 여름밤, 기억의 연결, 높은 것과 넓은 것까지. 막연해서 어지러운 주제들도 미술 안에서 이미지로 승화되면 오히려 명료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라켓은 세상의 다양한 주제를 담은 흥미로운 개인전과 그룹 전시 몇 가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부디 이 소식이 더위 속 뒤죽박죽된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정리해 주길 바라며, 일렁이는 열기를 피해 선명하고 시원한 아름다움을 스크린 속에서 전합니다.

편집/이미지 '보보'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커버이미지) 콰야 Qwaya, 잠이 오지 않는 새벽 Dawn, 2022, Oil on canvas, 100x80cm / ©아트조선스페이스 웹사이트

문화역서울284

<나의 잠 My Sleep> / 22.09.12까지

(image)김홍석, 침묵의 공동체 Community of Silences, 조각설치 12점 2017-2019의 일부, 문화역서울284 전시전경 / ©LARKET촬영

잠, 이처럼 달콤한 단어가 또 있을까요?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이유도 가장 편안한 잠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지도 모릅니다. ‘초연결’의 시대를 살아가며 잠들지 않는 세대가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들이 사유할 수 있는 ‘잠’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오롯이 나만이 누릴 수 있는 그 순수한 분리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역에 위치한 문화역서울284 전관에서 열립니다. 잉여의 시간이 아닌 삶의 중심에서 ‘잠’을 대하는 여러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랍니다.

⚫ 장소 : 문화역서울284

⚫ 주소 : 서울 중구 통일로 1 문화역서울284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화-토 11am-7pm (월 휴무)

⚫ 기간 : 22.09.12까지

⚪ 문의 : 02-3407-3566

드로잉룸 서울 - 오지은 개인전

<유기농 같은 사랑> / 22.9.8 까지

(image)유기농 같은 사랑 전시 포스터/ 출처: 드로잉룸 인스타그램

갓 수확한 감정을 담은 촉촉한 느낌의 페인팅을 선보이는 오지은의 신작들을 8월11일 목요일부터 드로잉룸 서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희미하게 스쳐 가는 실내 또는 실외 풍경을 자유로운 붓 터치와 선명한 색감을 통해 그려내는 오지은의 그림은 왠지 멀리서 눈을 희미하게 뜨고 볼수록 선명해지는 이미지 입니다. 작가가 말하려는 유기농 같은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승화된 기억과 감각을 직접 목격해 보시길 바랍니다.

⚫ 장소 : 드로잉룸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7길 68-4. 2층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11-6pm (일,월요일/공휴일 휴무) 

⚫ 기간 : 2022.8.11(목) - 9.08(목)

⚪ 문의 : 02.794.3134/ drawingroomseoul@gmail.com

아트조선스페이스 - 그룹전

<별 여름 밤 여름 별> / 22.09.03까지

(image)© 아트조선스페이스 웹사이트

침묵을 지키는 까만 여름밤을 밝히는 별자리의 이야기가 다양한 것처럼, 저마다의 페인팅 언어를 간직한 6인의 전시가 열립니다. 권하나, 마이큐, 성태진, 유현경, 전재은, 콰야의 신작 30여 점을 공개한 이번 전시에서는 페인팅 매체를 중심으로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감정에 대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요. 각자의 시각과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크고 작은 회화를 고요한 갤러리에서 바라다보면 멀리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장소 : ART CHOSUN SPACE

⚫ 주소 : 서울특별시 세종대로 21길 30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화-토 10am-6pm /일, 월, 공휴일 휴무

⚫ 기간 : 22.9.3 까지

⚪ 문의 : 02-736-7833

학고재 갤러리 -정영주 개인전

‘Another World’ / 22.08.21 까지

(image)© 학고재 웹사이트

캔버스에 종이와 아크릴 물감을 수십 차례 올려서 이미지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영주 작가는 집의 형상과 산의 형상을 주로 쌓아 올립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과 집은 서로를 의지하며 온기를 뿜어내는 풍경을 연출합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 새벽녘의 아득함과 아늑함이 느껴지는, 단정하게 얽혀있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흐름의 전시입니다.

⚫ 장소 : 학고재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0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화-일 10am-6pm / 매주 월요일 휴무

⚫ 기간 : 22.08.21 까지

⚪ 문의 : 02-720-1527

가나 아트 센터 / 시오타 치하루

<In memory> / 22.08.21까지

(image)© 가나아트 웹사이트

끝과 시작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실로 뒤얽힌 새하얀 공간이 평창동에 있습니다. 베를린에 기반을 둔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가 2년여 만에 붉은 실에 대한 기억을 걷어내고 하얀 실의 형태로 돌아왔습니다. 흰색의 사물과 연계하여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설가 한강의 ‘흰’에 크게 감명받아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번 설치는 제목 그대로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작가의 작업을 새로운 색채로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