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레터 36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님
12월의 마지막 라켓레터를 전하기에 앞서 새삼스레 여러분의 안부를 묻고 싶었습니다. 라켓레터가 안녕했던 날들과 그렇지 못했던 날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요. 이번 주 라켓레터는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에 다녀왔습니다.
<일시적 개입>의 중심에는 ‘로컬’이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다른 나라로의 이동이 제한적이 되며 로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 개념도 소단위의 마을, 동네 등으로 보다 세분회 되었죠. 또한 로컬리티의 정의에 대해 특정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함께 영향을 미치며 또 다른 특색을 만들어가는 점에 주목하며 다양한 연대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총 14팀이 경상도 지역의 선박 문화를 에술적으로 접근하는 작업, 의정부 기지촌 마을 커뮤니티에 주목한 프로젝트, 의정부 기지촌 마을 커뮤니티, 가상의 여성주의 예술가 레지던시 구축, 개인의 기억 속 맛으로 만드는 로컬리티 레시피, 독일의 전쟁경험자들의 치유와 연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로컬리티를 보여주는 전시에요.
이 세상에는 우리가 보고, 가보고, 아는 곳 뿐만 아니라 보다 더 다양한 세상이 존재함을, 그리고 그 다양한 세상 모두 존중받아야 함을 담아내죠. 라켓레터는 14팀의 전시 중 가장 인상깊었던 세 가지를 소개할게요.
편집/이미지 '마니'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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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와 조광희 작가는 2019년부터 미군 부대와 함게 형성된 정착촌 빼뻘에서 <빼뻘-주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군전용 클럽을 예술공간 삼아 일상적 먹기, 대화하기, 예술적 놀이를 통해 주민과 예술가 간의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변화를 경험합니다.
의정부에 위치한 빼뻘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주둔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이 들어서며 형성된 정착촌으로 전쟁과 폭력에 시달려온 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죠. 빼뻘은 배나무 밭이 많아 ‘배밭’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도 하며, ‘뺑’이라는 식물이 일대에 가득해 ‘뺑밭’, ‘뺑뻘’로 불리다가 ‘빼뻘’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또한 한번 들어오면 발을 뺄 수 없는 뻘과 같은 곳이라 해 빼뻘로 불리게 되었다도 이야기도 있죠. 이 정착촌에 한번 터전을 잡으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상직적 의미가 담겨 있어요. 빼뻘은 2000년대 미군 감축이 시작되며 쇠락하기 시작해요. 여기에 땅의 소유권과 재개발 문제까지 얽혀 마을 사람들은 계속 고단한 삶 속에 놓이죠. <빼뻘 아카이브>는 이곳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온 주민들, 1990년대 마을의 여성 및 아이들과 교류해온 기지촌 여성활동가, 주민 가옥과 미군전용클럽 등 다양한 사람과 장소들을 만나며 기록하고 수집한 것을 재구성한 작업이에요. 투쟁과 같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고받은 다정함, 수없이 반복되는 희로애락의 순간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일시적 개입>은 로컬에서 벌어지는 삶을 보다 가까이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도 있는데요, 그 중 <낭독의 방 -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들>가 있습니다. 김현주와 조광희 작가는 빼뻘에서 만난 주민들의 구술을 담아 책에 담았고 마이크가 있는 방 안에서 그 책의 구절을 직접 읽어볼 수 있어요. 여러 구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라켓레터에 담아봅니다. “여기 오면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또 다른 세상에 오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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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프로젝트를 선보인 권은비 작가는 사람이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을 눈여겨보며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기울어진 땅에서 중립으로 서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화두로 자본, 정치, 사회, 국가, 식민 등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대다수의 예술프로젝트를 관객들의 참여와 협업으로 진행한 바 있어요.
<일시적 개입>에서 권은비 작가는 <빨래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5년 독일이에요. 분단국가에서 태어난 작가는 자신이 일상적인 전쟁 위협에 적응해왔고 국가적 대립으로 인한 불안이 자신에게 얼만큼 내재 되었는지를 인지하게 되죠. 이런 불안을 씻어내고자 이주자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채 동일에서 전쟁과 냉전, 분단의 역사를 경험한 타인들과 관계 맺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불안을 나누는 퍼포먼스인 빨래를 시도합니다. <붉은 비누> 역시 같은 맥락으로 폭력, 전쟁, 분단, 냉전, 통일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 베르나우 주민들이 자신의 불안을 이야기하며 비누를 만들었던 프로젝트에요. 비누에는 참여자들의 개인 서사가 녹아있죠. 전시된 붉은 비누 위에는 해당 비누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시 되어 있는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되고 있는 전쟁이 개인의 안위를 언제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그리고 유독 한 문장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아이를 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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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은 독립기획자와 연구자, 그리고 창작자와 협업을 통한 창작과 제작, 지역 연구에 몰두하고 잇는 팀이에요. 지역성과 역사성을 품고 있는 도시의 공간, 주제의 협업형 전시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요. 오버랩의 <더 사이클스 [순환, 주기]>는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우리의 삶과 환경을 대변하는 의미로 쓰이며 문화 다양성의 주용성과 소통, 예술 협업과 레지던시를 통한 교류를 바탕으로 예술가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해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팬데믹 이후 자유로운 교류가 힘들었을 때에도 온라인 소통을 통해 비대면 공동창작으로 활동을 지속해왔죠. 예술적 교류를 통해 한국의 작가와 필리핀의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김도경, 서지수, 준준 몬텔리바노, 조쉬 세라핀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람과 가상 공간의 관계,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실제 퍼포먼스가 온라인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수신자에 의해 몸의 이미지가 인터넷과 데이터 알고리즘으로 번역되어 원래의 질감과 의도를 잃고 몸처럼 움직이는 디지털 이미지로 조작되는 과정을 담고 이를 전달받은 작가가 다시 반대로 ‘디지털 이미지가 질감을 입고 현실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작업이 시작되죠. 하지만 디지털의 세계에서 손의 역할을 하는 커서와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진짜 손은 연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커서는 결코 손이 될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이 부단한 교류를 통해 만들어낸 작품들은 더 풍성한 내용이 담기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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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아르코미술관 ⚫ 주소 : 서울 종로구 동숭길 3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 기간 : 2022년 11월 18일~2023년 1월 21일 ⚪ 문의 : 02-760-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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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주로 공연 보러갈 때 많이 간 대학로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편의점 삼각김밥이었던 것 같아요. 공연 시간에 맞춰 가다보니 늘 급히 한 끼를 해결했거든요. 이번에는 좀 여유롭게 식사 시간에 맞춰 전시를 봤어요. 전시를 보기 전 들른 곳은 ‘호호식당’인데요, 평일에 가도 웨이팅이 있을 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죠. 일본 가정식을 파는 곳으로 돈까스와 오므라이스, 연어 덮밥 등을 맛볼 수 있어요. 한옥을 개조해서인지 추운 겨울에는 실내가 살짝 춥게도 느껴졌지만 음식은 맛있었어요. 저녁에 가신다면 작은 접시에 나오는 연어 회와 세이로무시 등과 함께 간단히 술 한 잔을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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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호호식당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9길 35 ⚫ 영업시간 : 오전 11시~ 오후 10시 ⚪ 문의 : 02-741-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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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가능 기간 : 12.28~ 1.3 / 당첨자 발표 : 개발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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