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전시 리뷰, 히토 슈타이얼
다녀온 전시,
뛰어들기 전에 잠깐 확인하세요. 데이터의 바다 - 히토 슈타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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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본적지가 https:// 로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라 불립니다. 서로의 얼굴보다 더 자주 들여다보는 까맣고 깊은 스크린에 오래도록 머무는 지금의 세대가 비춰볼 수 있는 거울같은 전시가 있어 라켓 에디터가 다녀왔습니다. 한계도 실체도 없는 ‘데이터의 바다’에서 유동하는 흐릿한 인간의 마음과 오싹한 세계의 상황을 주시하는 재치있는 시각 예술가이자 영화감독, 비평가 및 저술가인 ‘Hito Steyerl -히토 슈타이얼’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A Sea of Data -데이터의 바다>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립니다. 흥미로운 관점이 넘실대는 이 전시에 사용된 23점의 영상을 끝까지 보려면 열두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큰 인내심을 요구할 수도 있는 ‘데이터의 바다’ 에서 data&chill을 즐기는 방법을 라켓이 살짝 알려드릴게요. 맑은 눈과 가벼운 귀 그리고 편안한 마음만 준비하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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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1
이 바다의 색은 #39ff14 (Pantone Neon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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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Hito Steyerl, MMCA Seoul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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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은 전시장 입구부터 디지털 냄새 가득한 이미지로 우리의 반응을 끌어냅니다. 전시 포스터에 사용된 깊은 바다를 닮은 블루와 아득한 네온 그린은 디지털 세계에서 어떤 이미지든 소환할 수 있는 ‘크로마 키 (chroma key - 일명 그린 스크린)’ 그리고 치명적인 오류 페이지의 ‘블루 스크린’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안에서는 무엇이든 소환되고, 없어질 수도 있을것만 같은 아득한 기분이 들더군요. 작가 슈타이얼이 실제로 영상 안에서 애용하는 장치이기도 한 ‘그린 스크린’을 닮은 초록색 벽을 마주하다 보니 문득 에디터의 주머니 속 그린카드가 멀티 패스처럼 느껴져 왠지 모를 당연함에 사진 하나 남기고 ‘데이터의 바다’에 입장해 봅니다. (*note: 신용카드 광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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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2
패셔너블한 정치화? Or 정치적인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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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 미션완료: 벨란시지,2019> ©Hito Steyerl, MMCA Seoul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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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새파란 강의실에 들어온 걸까요? 아니면 브랜드 ‘BALENCIAGA’ 의 쇼룸 입구일까 요? 그 와중에 화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부터 베를린 장벽의 이미지까지 다양한 것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조합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제시해 줄것만 같은 ‘렉처’ 의 성격을 띄고 있는 퍼포먼스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미션 완료: 벨란시지,2019>는 일종의 ‘무기화 (weaponized) 된 데이터 알고리즘’ 에 대해 말하기 위하여 명 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전개 방식을 뜻하는 “벨란시지” 를 사용한 히토 슈타이얼 특유의 재치가 곁들여진 작업 방 식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조지아 출신의 수석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를 디렉터로 두고 있는 발렌시아가의 브랜 드 이미지를 커다란 패션 데이터로서 바라본 것인데요. 전 세계적인 패션 문법이 선거를 위한 무기가 되는 순간을 작가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른 문화권에서 일어나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천천히 감상해 보 시길 바랍니다. 미술관 방문 당시에 서울에서도 선거 운동이 한창이라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품은 47분짜리 영상인 점 참고하여 원하는 구간까지 감상하고 다시 돌아 와도 좋더라고요. 에디터는 멀리서 들리는 음악을 따라 다음 방으로 넘어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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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 미션완료: 벨란시지,2019> ©Hito Steyerl, MMCA Seoul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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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3
여기가 미술관이 맞나요? 베를린 클럽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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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 소셜심 SocialSim, 2020> ©Hito Steyerl, MMCA Seoul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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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통로를 따라 흘러나오는 쿵쿵대는 음악을 성큼성큼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경찰관이 쉼 없이 춤추고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것을 팬데믹 이후에 퍼진 시위에서 차용한 사회적 안무라고 하는데, 혼란스러운 사회의 상황과 ‘레이브 파티-rave party’를 즐기는 순간은 닮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작품의 제목인 ‘소셜심 - 소셜 시뮬레이션’은 그러한 인간 상호작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제압하고 다른 이는 제압을 당하는 그런 광경 말이죠. 나를 제압하는 대상은 상황에 따라 공권력일수도, 멋드러진 테크노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히토 슈타이얼의 작업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테크노부터 요즘의 트랩까지 마치 가상 세계의 모든 음악을 망라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여느 레이브 파티보다 멋진 선곡표를 갖고 있으니 말 그대로 몸을 맡기고 감상하기에 최적화된 설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두 섹션으로 나뉜 이 공간에는 통통 튀는 짐볼도 있으니 앉아서 중심 잡기 하며 심오한 알고리즘, 자동화, 가상화된 미술관에 대한 비판을 시뮬레이션으로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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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4
같이 춤춰도 될 거 같은데 의자가 굉장히 유혹적이라 좀 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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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 태양의 공장 Factory of the Sun, 2015> ©Hito Steyerl, MMCA Seoul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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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게임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이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방, 마치 메트릭스의 세계를 닮은 멋진 설치 입니다. 이렇게도 친절한 몰입형 영상 전시는 오랜만이기도 하고, 마치 예약하고 온 휴식 세션인듯 자연스레 선베드에 누워 또다른 영상을 감상합니다.
<태양의 공장>은 현실세계의 육체 노동이 데이터 노동으로 치환되는 데이터 사회의 세계상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 ‘태양의 공장’은 이 영상의 주인공이자 나레이터인 율리아가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입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스튜디오 노동자들로, 강요당한 그들의 춤 동작은 모션 캡처 수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컴퓨터로 캡처되고 데이터로 전환되어 게임과 에니메이션 등에 활용됩니다. 강요 되면 누군가의 즐거움도 노동 자본이 되어버립니다. 이토록 슬픈 광경을(?) 누워서 감상하며 쉬어가는 구간이 참 아이러니하더군요. ‘혹시 나도..?야 너두..?’ 싶은 기분을 선베드 위에 훌훌 벗어놓고 다음 방으로 가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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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 야성적 충동 Animal Spirits,2022> ©Hito Steyerl, MMCA Seoul / LARKET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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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스크린 타임과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감상하다 보니 눈과 마음은 진짜 자연을 그리워하게 되더군요. 그 마음을 헤아리듯 바로 나타나 준 이 방에서는 작가의 가장 최신 작업인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2022’ 의 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이 양치기 리얼리티 쇼를 제작하기 위해 스페인의 작은 산골 마을에 들어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영상은, 팬데믹 때문에 중단되어 대체제로 NFT 쇼를 만들고 싶어 하는 제작자들과 그에 맞서는 현지 양치기의 충돌상황을 보여줍니다. ‘치즈코인’ 부터 박테리아 기반의 블록체인 등 요상한 이야기가 많으니 그냥 ‘믿고’ 봐줘야 합니다. 마치 NFT (Non-Fungible Token) 처럼요. 통제 불능의 자유시장인 NFT와 우리안에 내재된 야성적 충동은 다를게 없다는 점을 깨달을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디터는 이 작품에 사용된 음악과 특히 멋진 타이포그라피 그리고 반사되는 새까만 기름 같은 특수한 플라스틱 소재의 공간 구성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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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6
AI도 모르는 미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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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 이것이 미래다 This is the Future, 2019> ©Hito Steyerl, MMCA Seoul /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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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어둠의 식물갤 같은 이 공간에서는 인공 정원에서 볼법한 아름다운 꽃들과 예언적인 문구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신경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이 예견한 미래 정원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스캐폴딩 사이에서 피어난 LED 스크린 설치 속 꽃들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데요. 해당 이미지들은 인공지능과 예측 알고리즘, 미래 예견 프로그래밍에 의해 재생된 꽃과 나무라고 합니다. Plant는 식물과 공장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생산적인 힘, 즉 디지털 기술과 생태적 가치와 관련이 있는듯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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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7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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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 전시 광경 -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 2013> ©Hito Steyerl, MMCA Seoul / 좌: 설치 LARKET 촬영 / 우: 영상의 일부 ©Hito Steyerl, 앤드류 크랩스 갤러리, 뉴욕 및 에스더 쉬퍼, 베를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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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끊임없이 나의 사적인 일상을 공유하고, 관심이 화폐가 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안 보여질 수 있을까요? 또한 안전의 명목으로 감시 카메라가 도처에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완전히 숨을 수 있을까요? 가시성의 장에서 안보일 수 있는 다섯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작업 <How not to be seen: A fucking didactic educational .MOV file,2013> 은 에디터가 2014년 학부 시절 ICA 런던에서 처음 보고 무참히 빠져든,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히토 슈타이얼의 대표작입니다.
해상도, 불량 화소, 무등록자, 필터에 걸린 스팸, 국가의 적으로서 실종자 되기, 은폐되기 등 ‘잡음’과 ‘신호’를 구별하는 정치적 알고리즘에 의해 보여져야 하는 것의 위계가 결정된다는 이야기인데요. 기술적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 모두에서 접근하는 디지털 우화 같은, 병치식(juxtaposition) 스토리텔링은 너무나도 매력적입니다. 이 작업의 세계관 속에는 재치, 안타까움, 두려움, 희망, 안도감 등의 감정을 제시하는 아주 덤덤하고 ‘교육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에디터의 경우는 이번 스크리닝을 포함하여 이 작품을 다섯 번 이상은 본 거 같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설치와 영상이 넘실대는 <데이터의 바다> 전시는 끝이 없습니다. 에디터는 사실 두 번 방문 하였는데도 여전히 다 못 봤어요. 저에게는 끊임없는 열두시간이 아직 없고, 미술관도 그만큼 운영하지 않는걸요. 이번 레터에서는 언급하지 못한 <유동성 주식회사 - Liquidity Inc. 2014>도 가장 좋아하는 작업중 하나인데, 컵에 부으면 컵 모양이 되고, 병에 부으면 병 모양이 되는, 형태를 버리고 흘러가거나 충돌할 줄도 아는 ‘물’의 특징에 빗대어 오늘날 금융 자본의 유동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멋진 일기예보 같은 영상도 꼭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영상에 나오는 브루스 리, 이소룡의 말 처럼 “Be water, my friend.”의 메시지처럼 어디서든 물과 같은 마음으로 관람을 하시길 바라며 이번 레터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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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3,4 전시실, 프로젝트 갤러리
⚫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소격동 165)
⚫ 관람료 : 서울관 통합 관람권 4,000원 / 수,토 야간개장시 무료관람 (오후6시-9시)
⚫ 관람시간: 월,화,목,금,일: 오전10시 - 오후 6시 ⚫ 야간개장: 수,토: 오전 10시- 오후 9시 / 대학생 및 만 24세 이하 또는 만 65세 이상 무료 -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에서 예매후 방문을 추천함
⚫ 기간 : 2022. 4.29 - 9.18 월요일 휴관
⚪ 문의 :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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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음악과 이국적인 이미지의 데이터가 넘실대는 <데이터의 바다>를 떠나기 아쉽다면 북촌에 있는 일본식 다이닝 바 <Fru프루> 에 방문하여 그 여운의 흐름에 더욱 오래 머무르길 바랍니다. 누가 봐도 드넓은 바다가 고향인 다채로운 해산물과 멋진 클래식부터 모던 락의 흐름까지, 덕분에 눈과 귀가 즐거운 그런 장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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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프루
⚫ 위치 :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10 1층 (재동)
⚫ 특징 : 신선한 해산물과 하이볼, 면류를 맛볼 수 있는 일본식 다이닝바.
⚫ 영업 시간 : 화-토 11:30 - 23:00/ 일 12:00 - 21:00 / 브레이크타임 15:30 - 17:00 (휴무일 월요일)
⚪ 문의 : 02-765-2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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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차의 토너먼트 주제는 '전시 관람 지원금'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전시회 '히토 슈타이얼' 전시 바다에 친한 친구와 함께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 토너먼트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도전하기 버튼을 눌러 신청하세요! 추첨을 통해 총 3분께 네이버페이 포인트 1만원권을 보내 드립니다.
신청 가능 기간 : 6.15~ 6.20 / 발표 : 신청 시 등록한 정보로 개별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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