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 / 실물을 보면 생겨나는 마음
다녀온 전시,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 / 실물을 보면 생겨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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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견물생심”이라는 사자성어 알고 계시나요? 실물을 보면 생겨나는 마음. 사야만 낫는 현대인의 ‘그 병’을 투영한 옛 선조의 지혜로운 통찰이 담긴 표현입니다. 보고 있으면 뭐든 갖고 싶은 마음은 동서양 어디나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탐나는 물건의 이미지를 잔뜩 선보이는 전시회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유명 현대 미술가들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개인전에 방문하면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올 타임 아날로그 아이템과 요즘의 디지털 디바이스까지 마치 패션 매거진을 한 장씩 넘기며 탐색하는 물건들을 보며 ‘갖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즐거움으로 잔뜩 물들인 일상품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을 라켓과 함께 둘러보았으면 합니다.
편집/이미지 '보보'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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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시작에 앞서 관람 포인트 1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만의 색으로 덮어씌운 물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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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 Michael Craig-Martin.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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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초연결의 시대에 물건이 주는 즐거움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그림 안에 있는 오브제들은 흠 없이 완전하고 굉장히 평면적입니다. 사용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일상품의 완전무결한 에센스를 담아낸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들. 오랜 세월을 지나야만 대상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요? 참고로 아티스트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현재 82세인 현대미술계의 거장이며, 1970년대 개념미술 운동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계에 등장해 1980년대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유명한 아티스트 그룹 ‘yBa’의 스승이며 검은 윤곽선과 선명하고 대담한 색으로 시그너처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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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2
물건 안에 깃든 마음들이 문자로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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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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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르게 만들어낸 ‘견물생심’이 만약 문자로 나타난다면 이런 모습일까요? 마치 물건 뒤에 숨어있었던 것만 같은 영문자 ‘DESIRE’, ‘ANGER’, ‘ENVY’, ‘SIN’, ‘LOVE’, ‘SOUL’ 등이 캔, 샌들, 메트로놈, 컵, 글러브, 등의 일상 오브제의 실루엣과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 속 알파벳이 조합된 단어와 오브제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합니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단어에 내포된 사회적 정보를 배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해석은 자유라고 하네요. 제목 역시 관람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무제(untitled)’가 많습니다.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도구로서의 글자라니. 에디터에게 있어서 이 예쁜 색상의 이유 없는 문자들은 이 세상의 무수한 물건만큼이나 흘러넘치는 ‘아무 말’에 관한 단상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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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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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의도도, 제목도, 이미지와 텍스트의 연관성도 없다면 우리가 여기서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표면에 그대로 드러난 색 조합과 화려한 라인 혹은 겹치기 기법 같은 것뿐일까요? 전시장 동선의 첫 번째 구역인 여기서 관람을 멈추었다면 에디터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을 엄청나게 오해할 뻔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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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3
가까이서 크게 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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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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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구역 ‘보통 -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에서 는 이제 너무 익숙해져 버린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필수품들을 하나씩 대형 캔버스를 통해 크게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에디터는 비로소 작가의 의도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고, 모두가 하나쯤은 갖고 있을법한 물건의 거대화를 통해 마주하는 ‘지금, 여기’의 순간을 말이죠. 우리가 익숙하게 스쳐 가는 만큼 저 물건들도 우리를 말없이 또 가깝게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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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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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이 그려졌을 당시인 2014년 언저리와는 달리, 사실 요즘 세상엔 없는 것이 없고 공산품을 내 취향대로 채색할 수 있는 ‘비스포크’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이 당시의 유행 흐름을 기민하게 포착하여 제시한 걸까요? 무엇보다 귀여운 정방형의 캔버스 속 이미지는 티 없이 깨끗해서 full HD 디지털 화면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작가의 시선으로 물건의 색다른 이면을 수집하는 작가적 시선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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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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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4
낯설게 떠다니는 익숙한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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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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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주시하고 있는 일련의 이미지들을 지나치며 문득 익숙하지만 낯선 각도로 떠 있는 맥북의 실루엣 앞에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시계의 초침과 분침 같아 보이기도 하는 미니멀한 디지털 디바이스가 그림자도, 부피도 없이 떠 있는데요. 내가 가진 것들을 떠오르게 하는 이 물건들이 속한 공간이 어디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접근을 통해 물건들을 ‘다르게 보는 법’ 혹은 ‘분리해서 보는 법’ 에 대해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우리에게 마치 일상품을 통한 멍때리기가 가능한 순간이 있다고 말해주는 듯 사실 이 작품들은 ‘물건 멍’의 시초가 아닐까요? 미처 기대하지 않은 엄청나게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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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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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5
디지털 시대를 예견하는 세로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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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광경>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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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회화에서는 흔치 않은 세로 판형의 그림들도 이 전시장에는 있었는데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이미 2016년부터 사물을 확대 및 크롭(crop) 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요즘 세대가 디지털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는 방식과 흡사해 보이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누군가의 모바일 폰으로 찍어내는 스냅 사진들 처럼 간단하고 무심한 느낌을 다채롭게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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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 6
사진을 못 찍어 전달하지 못하지만,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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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 굿즈>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Larket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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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전시에는 아쉬움이 큰 지점이 몇 개 있었는데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작업의 정수가 돋보이는 유리컵 설치, An Oak Tree (1973)를 모셔 왔지만 사진 촬영이 불가한 구역에 있었습니다. 화려한 팝아트적 이미지가 탄생하게 된 계기를 담은 듯한 미니멀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스케치들도 많았지만 아쉽게도 해당 구간 또한 촬영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방문 관람할 수 있는 분들은 부디 레터에서 차마 전달하지 못한 작품활동의 시초를 직접 목격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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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 제1전시실
⚫ 주소 :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 관람료 : 성인(20세이상) 20,000원/ 청소년(14~19세) 15,000원 / 어린이(36개월~13세) 13,000원
⚫ 관람시간: 10: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 기간 : 2022. 4.8 - 2022.08.28
⚪ 문의 : 02-733-27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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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알록달록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 깊었던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전시와 닮은 디저트가 있다면 역시 마카롱이 아닐까요? 어떻게 이런 맛과 색을 입힐 수 있는지, 한 입짜리 사뿐한 즐거움을 담은 마카롱을 맛볼 수 있는 전문샵 ‘레프레미스’ 가 전시장 근처에 있으니 들려서 맛보시길 바랍니다. 에디터는 조금 늦게 방문해서 선택지가 많이 없었지만, 다행히도 맛있는 트러플, 시트론, 그리고 바닐라 마카롱을 에스프레소에 곁들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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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레프레미스
⚫ 위치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1동 남부순환로337길 36 1층
⚫ 특징 : 상큼한 과일맛부터 송로버섯까지, 다양한 마카롱을 맛볼 수 있는 곳.
⚫ 영업 시간 : 화-토 12:00 - 20:00 , 일요일 6시까지 (휴무일 월요일)
⚪ 문의 : 02-765-2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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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가능 기간 : 6.22~ 6.26 / 발표 : 신청 시 등록한 정보로 개별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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