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차곡차곡 담아 건넵니다, 라켓레터 다녀온 전시 #1.
찍는 순간 내 것이 되는 그림, 사진의 매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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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지난번 소개 드린 장소들 중, 당신의 눈길을 끄는 전시가 있었나요?
유독 사진전이 많은 5월의 서울은 우리와 예술의 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드는 느낌이 듭니다. 매일의 하이라이트를 손쉽게 담을 수 있는 카메라는 우리의 눈과 손을 대변하는 유용한 일상 기록 도구입니다. 찍다 보니 어느새 차곡차곡 쌓인 나만의 사진첩을 멀리서 바라보면 과연 어떤 형태의 흐름을 갖고 있을까요? 라켓 에디터는 지난번 소개한 전시 중, 일상의 체감거리를 낯설게 하는 추상 회화를 닮은 사진들을 감상하고 왔습 니다. 국내에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최초로 선보이는 ANDREAS GURSKY : 안드레아스 거스키 의 개인전을 통해 마치 풍경화 같은 대형 인화 사진들을 보고 느낀 점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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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 2016 ©Andreas Gursky, Courtesy: Sprueth Mag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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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사진은 그림 같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은연중 현대미술 내의 사진 매체의 위치를 느끼게 해주는 묘한 말인데요, 그러한 선입견의 조건에 충실하며 사진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린 작가가 바로 ‘안드레아스 거스키 (Andreas Gursky, b. 1955) 입니다. 독일 태생의 사진작가 거스키는 인류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대규 모 작품들을 선보여온 현대사진의 거장이며,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 세상만사를 담아냅니다.
거스키의 사진 안에서 반복되는 장면들은 왠지 친숙하지만, 사실 우리가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강조를 위해 직접 촬영한 현실의 풍경을 재조합 하였기 때문이죠. 그의 사진 속 우리의 일상이 유독 낯설고 고요하게 느껴지는 이유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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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 2016 의 일부. 물류창고의 빼곡한 서류더미가 마치 일렬로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눈뜨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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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시선으로 주변의 풍경을 포착해온 초기와는 달리 거스키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원거리에서 촬영된 이미 지들을 조합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장면으로 구축하는 작업 양식을 발전시키며 작품세계를 확장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현실의 반복을 강조하고, 보다 미세한 단위의 ‘지금 이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합니다.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만의 방식은 독특합니다. ‘디지털 포스트 프로덕션 프로세스’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대형 필름 카메라 (Linhof Camera 로 알려진)로 찍은 사진을 디지털로 조작하여 기존에 익숙한 사진 판형과는 달리 촬영한 이미지를 연결하여 피사체를 더 크게 묘사하거나, 완벽한 평행 또는 수직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과정 을 통해 거스키는 사진이 정확한 기록이라는 선입견을 뒤집고, 오히려 현실 감각을 삭제하고 보다 혼란스러운 느낌 을 무한하게 뻗어나가게 합니다. 그러한 혼란스러움을 유독 아름답고 치명적으로 묘사한 사진이 전시장에서도 만 나볼 수 있는데요, 바로 라켓 에디터가 제일 좋아하는 거스키의 작업 중 하나인 ‘Pit Stop, 2007’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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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Boxenstop (Pit Stop), 2007 ©Andreas Gursky, Courtesy: Sprueth Magers / APMA 에서 LARKET 촬영 / 포뮬러 원 경기의 가장 치명적인 순간을 극대화 시킨 장면. 세상의 모든 긴장감과 연약함이 담겨있는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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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스피드레이싱 게임, 포뮬러 원 경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반갑고 동시에 매우 긴장되는 장면이죠. 광 란의 질주를 하던 스피드카의 재정비를 위한 ‘피트 스톱’. 시간 단축의 영광을 위한 스피드레이싱 특유의 고군분투를 아름답게 재조합한 사진입니다. 이 광경은 실제로는 2초가 채 안 되는, 우리의 들숨 날숨보다 짧은 찰나의, 경기 중에 모든 게 뒤바뀔 수도 있는 가장 치명적인 순간인데 그 찰나를 양쪽으로 마치 지구 끝까지 늘려버린 이 광경은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단위 또한 재정비하는 인상을 주는듯합니다. 압도적인 에너지 덕분일까요, 에디터는 이 사진 앞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 머무르며 가까이서 또 멀리서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 감상하다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의 사진들은 분명 우리가 속해있지만 자주 볼 수 없는 일상의 풍경을 재조합하여 보여줌으로 마치 ‘신의 놀이’ 같 은 경외심을 갖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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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셨나요 : Kunstakademie D+sseldorf,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 유형학적 사진, Linhof Came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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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ein III (Rhine III), 2018 ©Andreas Gursky, 라인강 시리즈 연작 중 하나, 아쉽게도 (?) 가장 비싸게 팔린 라인 강 2 는 여기에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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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수많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는 초대형 작업들을 선보이는 안드레아스 거스키만의 사진적 특징은 무엇일까요? 에디터가 생각하기에는 그가 만들어낸 사진의 크기에서 주는 압도감도 물론이지만, 그 누구보다 ‘지금보다 더 지금 같은’ 미세한 느낌을 포착하고 새로운 장면으로 탄생시키는 섬세한 시간 감각과 편집 능력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세상의 어떠한 사진들보다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그의 사진은 현대미술 안에서 ‘유형학적 사진’으로 분류가 되는데요, 올해 67세를 맞은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과거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독일 사진의 미학과 전통을 확립한 베른트와 힐라 베허 부부로부터 유형학적 사 진 (typology photography) 을 공부하였습니다. 참고로 거스키가 속한 뒤셀도르프 학파는 정말이지 ‘사진 판의 끝 판왕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스키의 동료이자 동문인 ‘Candida H*fer, Axel H+tte, Thomas Ruff, Thomas Struth 모두 현대사진의 개성있는 흐름을 구성하는, 에디터가 좋아하는 멋진 사진가들 입니다. 궁금하다면 그들이 담아내는 유형학의 흐름이 어떠한 모습인지 탐구해보아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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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Beelitz 2007 의 일부
가운데 Pyongyang VI, 2017 (2007), Collection of Amorepacific Museum of Art
오른쪽 Ohne Titel XIX (Untitled XIX), 2015 ©Andreas Gursky, Courtesy: Sprueth Mag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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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판데믹 시대의 신작, 얼음 위를 걷는 사람 Eisl'ufer, 2021 ©Andreas Gursky, Courtesy: Sprueth Mag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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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보다 작은 크기의 사람들로 빼곡하게 풍경을 창조해온 거스키 사진 속 체감거리에 변화를 준 것은 역시나 코로 나였습니다. 사실 이번 전시는 2018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우리 모두를 잠시 멈추게 한 전 세계적 유행병으로 인해 늦게나마 그의 작품을 만나보게 되었네요. 현장에서는 그사이에 새롭게 만들어진 거스키의 신작 두 점을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인 ‘얼음 위를 걷는 사람’에서 느껴지는 구성적 변화가 흥미롭지만, 일상의 단위 또한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변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그래도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전시가 우리에게 주는 작은 위안은 “우리의 문명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중”이라는 사실 입니다. 조금 멀리서나마 미래의 조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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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서울 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 2022.3.31 - 2022.8.14
⚪ 유료전시 : 성인 17,000원, 청소년 13,000원 | 웹에서 예매후 관람
🏆 라켓 토너먼트(5.11 ~ 5.16) : 본 전시를 보고 싶으신 경우, 아래 버튼을 눌러 신청하세요. 5분을 추첨하여 티켓을 보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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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라켓 마무리 - 사실 빵 또는 디저트를 소개하고 싶었던 코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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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사옥 내, 전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오설록’ 의 티코스. 시내의 매 장과는 다른 종류의 차를 맛볼 수 있습니다. - 사진 LARK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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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빵(디저트) 사이의 공통점은 저마다의 향기로 우리의 마음을 부풀게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라켓팀은 다녀온 전시를 음미할 수 있는 먹거리와 마실 거리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다를 닮은 거대함과 몰아치는 격랑의 힘 그리고 이후의 물거품까지 느껴지는 엄청난 사진 전시를 보고 나니 이 압도적인 느낌을 차분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었습니다. 마침 전시장 건너편의 ‘오설록’에서 동양의 티 코스를 골라서 맛볼 수 있 었는데요, 어지러운 바다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었던 라켓 에디터는 견과류와 해조류의 깔끔함을 담은 빛깔 고운 수색의 차, ‘억수진’을 선택하였습니다. 오늘은 서양의 빵 대신 정갈한 동양식 다식을 곁들여 보다 차분한 맛을 입안에 머 금으며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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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수직 수평의 끝판왕을 엿볼수 있는 그의 사진작업과는 달리,
비스듬한 포즈의 작가 거스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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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차의 토너먼트 주제는 '안드레아스 거스키' 전 티켓입니다. 토너먼트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도전하기 버튼을 눌러 신청하세요! 추첨을 통해 총 5분께 티켓을 보내 드립니다.
신청 가능 기간 : 5.11 ~ 5.16 / 발표 : 신청 시 등록한 정보로 개별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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